<신문기자>, 영화와는

<신문기자>, 영화와는 1

특히 이 작품에서 다루는 영국 신학원 비리사건은 실제 있었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모리토모 사학비리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드라마의 기본 스토리는 영화와 비슷하지만 더 많은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추가해 서사의 재미를 대폭 강화한다.

거기에 영화를 연출한 후지이 미치토가 다시 메가폰을 잡아 신뢰감을 더했는데, 드라마 신문기자는 영화만큼 날카로운 주제의식과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 줬을까.영화와의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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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문기자'(왼쪽), 영화 ‘신문기자’와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분량이다.

드라마는 113분짜리 영화를 총 6편(회당 평균 50분 러닝타임)으로 만들어 원작보다 스토리를 더 확대시켰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 에피소드, 주요 사건을 곳곳에 배치해 서사의 밀도를 높인다.

주인공도 변했다.

영화에서는 동도신문 사회부 기자인 요시오카 에리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덧붙여서 이 역은 배우 심은경이 맡아 일본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일본 정부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도쿄도 신문의 기자 마츠다 안나로, 6부작의 긴 숨을 내쉰다.

영화의 에리카보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기자라는 설정도 추가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의 가족이 정부와 갈등을 빚다 곤욕을 치렀다는 비하인드가 있지만, 그 인물들은 제각기 다르다.

영화는 자살한 아버지, 드라마는 식물인간이 된 형이다.

특히 드라마에서는 이것이 이야기의 핵심 소재로 작용해 후반부에 큰 전환점을 준다.

드라마에만 등장한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큰 차이다.

영화에 없던 취업준비생 기노시타 료의 출연은 작품이 하려는 말 대신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아베 총리는 조직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총리관저의 비리에 연루된 뒤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살한 공무원의 조카로 등장한다.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사회문제에 큰 관심을 갖지 못했지만 가족의 죽음과 이를 치열하게 취재하는 기자 마쓰다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간다.

드라마는 료의 변화를 통해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를 공감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여담으로 영화와 드라마에 모두 같은 역으로 출연한 배우가 있다.

극중에서 내각 정보 조사실 책임자로서 출연한 연기자 타나카 테츠지다.

시종 냉정한 모습으로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부하인 신이치를 압박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정부에 유리하도록 조작한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다나카 데쓰지의 묵직한 연기로 이 인물을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그가 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쩌나 하고 걱정스러울 정도로 작품의 냉랭한 분위기를 대변한다.

이 밖에도 영화와 다른 점이 있지만, 그런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도 드라마의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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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라는 제목 때문에 언론의 고군분투상을 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드라마는 기자를 포함한 세 사람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이자 도쿄도신문 기자인 마쓰다 안나를 비롯해 조직의 부정과 개인의 양심이 충돌해 괴로워하는 관료 신이치, 삼촌의 자살로 인생이 바뀐 취업준비생 등 3명의 사연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세 인물은 언뜻 보기에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유기적으로 이어져 드라마의 지향점을 확장시킨다.

마쓰다 기자가 공무원 신이치도 연루된 영신학원 문제를 파헤치고, 이 과정에서 취업준비생인 삼촌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로 인해 료는 자신과 관계없다고 생각한 정치 사회 문제가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고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에 참여하고자 한다.

상사의 명령으로 마츠다의 내사를 하고 있던 신이치는, 그의 형이 조직내의 부당한 처사에 대항해, 식물 인간이 된 자신의 직장의 선배인 것을 알게 된다.

국가와 조직을 위해 간과해 온 문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파괴하는지를 깨닫고 그 후 마쓰다에게 모든 것을 고백한다.

드라마는 이런 사정을 감각적인 화면으로 교차시켜 드라마의 주제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마쓰다 씨가 기사를 쓰고 있으면 다른 쪽에서는 신이치 씨 같은 관료들이 정보를 조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다음에, 양이 신문을 배달하는 장면이 나와 사회, 정치 문제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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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세 인물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닥터 X> 시리즈 등 일본 간판 드라마의 책임자였던 요네쿠라 료코는 기자 마츠다 역을 맡아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다.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 속에서도 언론인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고 냉철하게 사건을 파헤친다.

피해자와 유족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따금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한다.

료 역을 맡은 요코하마 류생은 극중 의욕이 없는 눈빛과 달리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보이는 캐릭터의 솔직한 감정, 특히 삼촌 사후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다짐을 성장코드와 밀착해 그려내 보는 이를 기쁘게 한다.

엘리트 공무원의 신일역을 연기하는 아야노고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공무원 신분이라 조직의 비리를 눈감아 주는 척하지만 그럴수록 고뇌하고 자학하는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한다.

특히 후반부 상사의 부도덕한 명령에 항거해 토해내는 신일의 울분은 관료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들의 비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줘 이야기의 주제 의식을 절박하게 만든다.

덧붙여서 아야노고는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전작 야쿠자와 가족에도 주연으로 출연해 좋은 호흡을 계속하고 있다.

영화의 반복에 그치지 않는 주제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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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문기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담담한 기조를 유지한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주인공의 장황한 연설이나 억지 감동은 드물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극의 전개가 다소 지루하고 지루하지만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작품의 메시지를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일본 드라마의 독특한 소재 발굴에 호기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와 강압적인 주제의식 때문에 시청이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이 작품만큼은 그런 걱정을 덜어도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전하는 사회비판정신과 언론의 진정한 지향점은 일본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신문기자는 영화 못지않은 탄탄한 이야기 속에서 주연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포착한다.

덕분에 영화를 인상적으로 관람한 분들에게 드라마는 동어의 반복에 그치지 않을 뿐 아니라 무거운 주제의식을 더욱 파고든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에그테일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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